대한민국 지역 중에서 충청북도는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개최할 정도로 유기농으로 특화된 지역이다. 이러한 이유로 충청북도청은 친환경적인 유기농법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유기농 특화지역에서 유기농으로 쌈채소 등 다양한 유기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농가가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위대한농부 취재팀은 충청북도 제천시 두학동에 위치한 ‘학고을유기농원’의 김동환 농부를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두 마리의 학이 앉은 지역, 두학동
충북 제천시 두학동은 두 마리 학이 유례한 지역이다. 옛날 제천향교 뒷산 독순봉에서 학 두 마리가 날아 앉은 자리가 지금의 두학동이 되었다. 그리고 두학동은 학이 있는 마을이고 농장이름이 필요했기 때문에 “학”이라는 단어를 붙여 ‘학고을유기농원’으로 농장이름을 정하게 되었다.
시작부터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은 학고을유기농원
김동환 농부는 제천시내에서 직장생활과 사업을 하면서 도시생활을 하였다. 그러다가 28년 전인 1990년 7월에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농사를 위해 이 곳 두학동으로 들어왔다. 농업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김동환 농부는 재배기술에 대한 지식습득이 필요했다. 터를 잡고 살펴보니 그 때 당시 두학동은 대부분 관행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다섯 농가를 발견하였고 알고 보니 이들 농가는 70년대말에서 80년초에 유기농업으로 시작한 사람들이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유기농업의 선구자들이지만 조직화를 하지 못하였고 유기농 인증을 위한 농사가 아닌 개별적으로 농사를 지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김동환 농부는 이들 농가와 함께 유기농 농가들을 조직적으로 구성해서 운영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유기농 인증을 위해 농가들을 설득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조직적 친환경 유기농 모임은 20여 농가가 모여 ‘학고을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였고 무농약 농가와 유기농 농가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김동환 농부는 2008년부터 ‘학고을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아 10년간 활동했다.
정부와 대형 마트를 이용한 판로 개척
김동환 농부는 농업을 업으로 생각하면서 재배 작물을 선택할 때 사람들이 많이 먹는 농산물을 파악하였고 그 중 토마토를 선정해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기농으로 재배한 토마토를 제천지역에서 전량 판매하지 못하게 되었고 판로 개척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김동환 농부가 농사를 시작하던 당시 제천지역에서는 유기농산물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었다. 게다가 토마토 농사를 시작해서 수확하고 판매를 위한 판로가 부족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유기농산물을 수확하면 제천지역에서 80%정도 소비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실패를 경험한 김동환 농부는 쌈채소로 재배농작물을 변경하여 농사를 다시 시작하였고 조금씩 판매량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판로 개척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공공기관에 유기농산물 판매를 위해 판로 개척 문의를 하였고 농협과 대형마트를 통해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김동환 농부는 ‘학고을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우리가 재배하고 생산하는 유기농 재배물은 적어도 이 지역인 제천시에서 소비시키자라는 생각으로 판로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 때 제천시 내 거래되는 농산물은 30억 정도 되었다. 그중에 유기농산물은 20%정도 거래되었고 나머지 80%는 일반 농산물이거나 직거래로 타지역으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확실한 판로를 위해 제천시청에 유기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그 결과 대형 마트들에 있는 3평정도의 친환경 코너로 입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부가수입창출을 위해 1년에 수확체험 등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장하기, 메주만들기, 청국장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작년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로니아 체험행사, 아로니아 효소 만드는 체험행사를 진행하였고 일부 유기농산물은 학교급식과 대행업체를 통해 판매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판로에 대한 고민은 덜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위해 시작한 유기농법
김동환 농부가 생각하는 유기농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농사라고 한다.
그 이유는 시작부터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농가들과 함께 일하다보니 관행농업으로 하면 농약을 사용해야 하고 농약을 통해 농부가 가장 많은 피해를 받게 되면서 최대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과 피해 사례를 파악하면서 그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었고 고민없이 농사 시작부터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유기농업은 나 자신을 위해서 한다’라는 신념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시작된 농사일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농가들이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장점이 되었다. 유기농 선도농가들을 방문해 농사짓는 모습을 어깨 넘어 보면서 재배기술을 습득했다. 그리고 한국유기농협회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통해 재배기술의 기초를 배워 나갔고 나중엔 유기농협회에서 충북도지부장이라는 직책으로 6년동안 활동했다.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농사의 경험은 지속적으로 쌓이게 되었고 자신만의 재배기술을 향상시켜 나아갔다.
현재 학고을유기농원은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산모가 건강하면 아기가 건강하듯이 토양이 건강하면 그 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도 건강하게 자라는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동환 농부는 2년에 한번씩 앞에 위치한 산에서 부엽토와 낙엽을 모아 재배토지에 투입하여 토착 미생물이 활성화되도록 했다.
제천시 최초 쌀 유기인증을 받다
학고을유기농원 김동환 농부는 제천시 최초로 쌀에 대해 유기인증을 받은 농가이다. 그만큼 김동환 농부는 유기농에 자신이 있다. 그가 생각하는 유기농업은 농사를 짓는 농부의 자존심이 강해야 하고 고집도 있어야 하고 주위에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유기농업을 지속하는 농업이다.
유기농업은 양심농업이고 장사를 위해 농사를 짓는다면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기농업을 위해 땅을 사랑하고 농부 자신을 위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유기농에 대해 원리원칙을 가지고 농사를 짓기 때문에 소득은 자동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들에게 유기농 선도농가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법인 설립시 무농약 농가들과 함께 하였고 유기농으로 전환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동환 농부가 유기인증을 받은 이유가 있다. 재배면적은 넓지 않지만 지역에 있는 친환경 농가들에게 같이 유기농으로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서고 가장 큰 이유는 건강한 토양을 통해 나와 모두가 건강하기 위함이다.
돈보단 주위 사람들과의 융합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귀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김동환 농부는 농촌으로 들어와 살게 되면 우선 지역주민들과 잘 지내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을 벌기 위해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재배 기술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먼저 그 지역의 유기농 선도농가를 방문해 직접 경험하며 습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행복하게 되는 유기농가를 위해
김동환 농부는 학고을유기농원을 통해 지금보다 재배면적을 확장시킬 생각보다는 유기농업에 대한 연구와 토양을 살리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더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제천시 내 무농약인증 농가를 모두 유기 인증 농가로 전환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한다.
충청북도는 유기농 특화도이지만 제천시 유기인증자는 전체 유기인증자의 10%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농가들이 안심하고 든든하게 믿고 지속되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을 더 가져준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농가들이 유기농으로 재배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친환경투데이 김완철 기자 press@gfla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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